[기업, 기업인!] <19>권진희 우리기술(…
수처리 계측기기 국산화 성공…녹색기술 인증으로 친환경 기업 거듭나IMF로 실직, 막다른 길에서 창업해 성공…“현장경험 담은 ‘노트 7권’이 창업 원동력”“공격적 마케팅 아닌 소비자 신뢰 통한 입소문으로 성장 자부심”수(水) 처리는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정수·하수·폐수처리장 등 모든 물 관련 설비에 꼭 필요한 분야다.권진희(57) 대표가 운영하는 ㈜우리기술(옛 리테크)은 각종 수처리 설비에 들어가는 초음파 계측기기를 국산화한 기업이다.우리기술은 최근 '협소하고 복잡한 구조물 내 계측 가능한 수위 측정기술'로 녹색기술인증을, '구조물 노이즈 필터링 초음파 수위계'로 녹색기술제품인증을 받으며 저탄소 친환경 시대에 걸맞은 물산업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우리기술은 경북 포항에 본사, 군위에 공장을 두고 대구에 유량·레벨실증센터를 가동하며 생산과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 실증센터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창업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수처리 관련 장비 생산 전문업체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장 시공과 영업 일을 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있었는데, IMF로 원하지 않는 실직을 하게 됐다. 당시 나이가 37세였고, 결혼해 가정도 있었기에 앞길이 막막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일을 하며 틈틈이 기록했던 '노트 7권'을 봤다. 당시 수처리 장비들은 주로 유럽 제품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노트에는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불편함이 있고 개선할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를 적어 놓았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더하면 수처리 계측기기 분야에서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창업을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다. 적금을 깨고 아버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약 1년의 준비 끝에 1999년 창업했다. 그때의 도전이 지금까지 2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우리기술의 주력제품을 소개해 달라.▶우리기술은 초음파 수위계, 레이더 수위계, 전자 유량계, 초음파 슬러지 계면계, 초음파 농도계 등 수처리 공정에 적용되는 계측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기업 신용등급 상향으로 A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 매출액 175억원을 기록했다. 기술특허 등록 24건, 2022년 환경부 혁신형 물기업 선정, 기업 인증 22건 등을 달성했다. 무한경쟁 시대에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되고 특화된 제품,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기를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수처리 계측기기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우리기술의 핵심 기술은 무엇이고, 어떤 시설에 적용되는가?▶쉽게 말하자면 '초음파를 이용한 정확한 수처리 수위 계측'이 핵심이다. 복잡한 구조물에서도 빔각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신호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디펜스 제거 기술, 결로·결빙 방지를 위한 진동형 라운드 형상 기술, 하나의 변환기에 다양한 센서를 적용할 수 있는 멀티 주파수 기술 등이다. 이런 기술을 활용한 계측기기들이 전국의 정수장, 하수처리장, 분뇨처리장, 축산폐수처리장, 오수중계펌프장, 배수지 등 설비에 제어용으로 적용되고 있다.-사명을 리테크에서 우리기술로 변경한 이유는?▶리테크는 Level 또는 Leader에 Technology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었다. 약 20년간 리테크라는 사명으로 운영하다 보니 초음파 수위계라는 제품에 한정된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 현재 수위계 이외에도 유량계, 농도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명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가진 특화 기술을 강조하려 '우리기술로 뭔가 이뤄보자, 이제는 그럴 때가 됐다'며 임직원들과 뜻을 맞췄고, 과감히 우리기술이라는 사명으로 바꾸게 됐다.-수처리 설비의 수위, 농도, 유량 등을 계측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우리가 먹는 물을 예로 들어보자. 상수도 프로세스만 해도 취수, 도수, 정수, 송수, 배급수 관망, 급수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이 수많은 공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정확한 측정이 관건이다. 2019년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를 기억하실 것이다. 계측기 오측으로 수개월간 인천 주민들이 힘들어했다. 작은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물의 수위나 유량, 슬러지 두께와 농도 등을 안정적으로 감시·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대구 물산업 성장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물산업은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대부분을 중소기업 고유 영역에서 창출한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물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된다. 또 코로나19로 물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 내 유망 물기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지원 확대가 긴요하다. 물산업클러스터 등 인프라를 활용해 강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면 좋겠다.-고용현황과 계획이 궁금하다.▶지난 3년간 매출액 증대와 신규사업 확장으로 매년 4명 이상의 정규직 직원을 꾸준히 채용했다. 계측기기 산업은 단시간 내 기술력 확보가 어려운 기술집약적 산업이라 고급 인력 충원을 항상 원하고 있다. 내년에도 부서별 부족 인원을 파악해 4명 이상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다만 지역기업이다 보니 인재 확보가 어려운 현실이다.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지역대학이나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여전히 힘들다. 특히 지역대학에서는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고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인재를 더욱 많이 공급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기업을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거창하거나 특별한 철학은 없다. 다만 창업할 때부터 나와의 약속을 하나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직원 월급은 절대 밀리지 말자는 것이다. 중소기업 사정상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이 약속 하나만큼은 꼭 지켜왔다. 또한 투명 경영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직원들과 신뢰가 형성된다. 성과 공유를 통해 주인의식을 고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 공기로서 사회공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매년 고등학교에 장학기금을 지원하고 있고, 포항 지진이나 코로나 등 사회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우리기술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4차 산업혁명에 맞춰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물산업 분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기술혁신과 원천기술 확보, 고급인력 양성을 통해 기존 사업을 업그레이드하고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하겠다. 매년 매출의 7%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 꾸준한 연구개발로 신제품을 출시해 경쟁우위 상황을 유지하고자 한다.-개인적인 인생 계획은?▶경영자로서 회사의 미래와 개인의 미래를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우리기술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가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공공시장에서 입소문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기업의 매출과 규모에 관한 목표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직하고 올바른 회사를 만들고 싶다. 수처리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좋은 제품, 고객이 찾는 기업으로 우리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된다면 그보다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다.-마지막으로 자유로운 말씀.▶기회가 된다면 수처리 계측기기 업체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해보고 싶다. 상장은 기업이 꽃을 피우는 것이고 언젠가는 상장할 수 있다는 목표를 항상 잡고 있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컨설팅을 통해 4~5년 정도 준비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계획도 세웠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후세에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28일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내 (주)우리기술 유량·레벨실증센터에서 만난 권진희 대표는 "기술력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며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우량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023.05.15]